오키나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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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부서진 시사 조각들’에게 묻다Critic & Memory 2022. 11. 20. 06:07
김진호. 프리랜서작가. 민중신학자 ‘시사’(シーサー, Shisa)는 오키나와의 대표적 상징물로,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액막이 신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.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의미였던 것은 아니다.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(14~15세기) 시사의 표상들은 모두 류큐 왕국과 군주를 상징하고 있다. 즉 국가와 군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다. 그러니 당연히 백성들은 누구라도 시사 상을 자신의 집이나 영역에 세울 수 없었다. 오직 왕을 위한 존재인 것이다. 17세기, 에도 막부시대(江戸幕府時代)에 일본 본토 남부 끝단의 정치세력인 사쓰마 번(薩摩藩, 오늘의 가고시마 지역)의 침공을 받아 류큐 왕국은 항복을 선언하고 막대한 공납물을 바쳐야 했다. 왕국은 존속할 수 있었지만 일종의 봉신국이 된 나라의 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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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바람에 저 파도Exhibition 2020. 4. 12. 19:13
이 바람에 저 파도 우도 섬의 바람과 바람소리는 존재를 흔드는 강력한 매체였기에 바람에 밀려온 파도, 파도에 밀려온 유목(遊木), 부서진 이정표와 타일조각들에 주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. 특히 해녀들의 몸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바람은 삶의 시간과 일치하는 것으로 바람의 시간성으로 해독할 수 있다. 그만큼 날씨가 주는 고통을 체현하면서 사는 사람들이다. 한편, 이 섬에는 또 다른 바람이 일고 있다. 오랫동안 우도에 내리는 빗물을 담아 정화하여 식수로 사용하게 하던 담수장시설은 2012년도에 멈추었고 한라산의 지하수가 공급되고 있다. 이에 발맞추어 도항선이 30분에 한 번씩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. 바닷가에는 카페와 펜션이 제멋대로 솟아나 오렌지 빛 환상을 만들어 낸다. 오키나와 일본의 오키나와에는 토기로 ..